어제는 2023 K리그1 하위 스플릿의 정규리그 최종전이 펼쳐졌습니다. 그리고 경기 결과, 수원삼성 블루윙즈 최하위로 강등을 확정지었습니다. K리그를 대표하는 팀인데다가, 구단 역사상 첫 강등인만큼 수원삼성 팬 뿐만이 아닌, K리그 팬들의 충격이 상당한데요. 대략적인 올시즌 수원삼성 블루윙즈의 분위기와, 왜 이 구단이 강등될 수 밖에 없는지 설명드리겠습니다.
목차
2023 K리그1 최하위 수원삼성 블루윙즈 - 예견된 시즌 실패
2023년 12월 2일, 수원삼성 블루윙즈는 강원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무승부를 기록하며, 승점 33점으로 정규리그 최하위가 확정되며, 강등 역시 확정됩니다.
K리그의 10위인 승점 34점인 강원, 11위는 승점이 33점으로 같은 수원FC였습니다. 아마 골득실까지 보신 분들께서는 왜 -32의 수원FC가 12위가 아닌, 골득실 -22인 수원삼성이 12위인지 궁금한 분들도 계실텐데요. K리그1은 승점이 같을 경우, 골득실차가 아닌, 다득점을 우선 순위로 합니다. 즉, 팬들이 찾아오게 하는 공격 축구를 연맹에서 어느정도 유도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득점을 보면 수원FC가 43, 수원삼성이 35였기 때문에 수원FC의 순위가 높은 것이었습니다. 만약, 최종전에서 수원FC가 비기고, 수원삼성이 강원을 이겼으면 이 규칙에 의해 강원이 강등당할 수도 있었습니다(강원 득점 30점),
단 한 경기, 반드시 이겨야 할 경기를 비기면서 강등을 당한 것이냐 생각해보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번 시즌을 간단하게 리뷰해보겠습니다.
2023 프리시즌 - 이미 시작부터 지고 들어가는 수원삼성
2022년, 수원삼성은 리그 10위를 차지하며, 구단 역사상 첫 강등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됩니다. 그리고 FC 안양과의 강등플레이오프에서 2차전 연장 후반 종료 직전, 소년가장 오현규(현 셀틱)의 결승골로 겨우 2:1 승리를 거두며 잔류를 확정 짓습니다.
이후, 오현규 선수를 셀틱으로 보내게 되고, 300만 유로(약 40억원)의 이적료를 받게 되는데요. 참고로 오현규 선수는 2022시즌에 K리그1에서 13골, 강등 플레이오프에서 1골을 넣으며, 총 14골로 수원삼성을 먹여살린 소년 가장이자 절대적인 비중을 지닌 공격수였습니다.
이 선수를 내보내고 제대로 된 공격수 보강도 하지 않습니다. 물론, 강등된 성남에서 뮬리치를 데려오긴 하였는데요. 뮬리치가 표면적으로는 2022 시즌에 9골을 넣었지만, 경기 내용은 그만큼 뒷받침이 안되었기 때문에 사싱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오현규를 데리고도 10위를 했는데, 오현규를 내보내면서 그보다 공격 포인트 및 팀 공헌도가 낮은 선수가 영입하였으니 당연히 시즌 예상 순위는 그보다 내려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심지어 다른 구단들이 전지훈련을 해외로 갈 때 홀로 국내(남해)로 전지훈련을 갔던 것 역시 문제가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시즌 전 전지훈련 기간 동안 팀빌딩 및 다양한 연습 경기를 통해 약점을 보완하게 되는데요. 수원삼성은 국내에서 훈련을 진행하다보니 외국보다 추운 날씨 특성 사 부상에 대한 염려도 클 수 밖에 없었고, 심지어 연습 경기를 제대로 할만한 구단도 없어서 제대로 된 전력 체크를 진행하지도 못하였습니다.
전쟁에 나설 팀이 자신의 실력도 제대로 모르는데 과연 시즌 준비는 제대로 되었을까요?
2023 K리그1 시즌 경기력 역시 엉망 - 감독 두 명이나 경질
시즌에 들어가면서 뚜껑을 열어보니 역시나 싶은 경기력이었습니다. 결국 팀의 레전드이자, 2022 시즌 소방수로 투입되었던 이병근 감독은 시즌 7경기에서 2무 5패라는 처참한 성적으로 결국 경질당합니다. 생각해보면, 이미 지난 시즌에 강등 플레이오프 갔던 전례 자체가 심각한 상황이었는데요. 이에 대한 문제점을 놔둔 채 시즌을 시작한 자체가 이미 실패가 예견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후, 최성용 감독 대행이 4경기 1승 3패를 거두었으며, 후임 감독으로는 드디어 '리얼블루'를 포기하고 야인이던 김병수 감독을 선임하였습니다. 김병수 감독 부임 이후, 적응기를 거치더니 7월에는 슈퍼매치 패배 이후, 2승 3무를 거두며 최하위를 탈출하는데 성공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8월 이후 다시 연패가 지속되며, 결국 시즌 7경기를 남겨놓고, 김병수 감독을 경질하고 맙니다.
김병수 감독이 지휘했던 경기는 22경기로 여기에서 5승 5무 12패였으니, 그다지 좋은 성적은 아니었으나 시즌 7경기를 남기고, 감독을 경질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었으니 팬들은 기가 찰 수 밖에 없었습니다. 김병수 감독 선임 당시에 함께 하마평 나왔던 감독이 김도훈, 김학범 등 소방수 역할이 가능한 감독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김병수 감독 선임하는 것을 보면서 많은 축구팬들은 '김병수 감독은 시간을 줘야 하는 감독인데 괜찮을까' 라는 의견과 함께 '드디어 수원이 정신 차리고, 혹시 강등 되더라도 길게 보고 가려나?' 라는 의견이 있었는데요. 결과적으로는 이도저도 아닌 감독 선임이었습니다.
문제는 김병수 감독 경질과 함께 다음날 감독 대행이 발표되는데 팬들은 다시 한 번 경악을 합니다. 이번 시즌 은퇴를 앞둔 수원의 레전드 '염기훈' 플레잉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임명한 것이었습니다. 역시나 이번에도 팀의 레전드를 방패막이로 삼는 프런트라는 말이 많았고, 결과적으로 염기훈 감독 대행은 수원삼성의 강등을 이끈 지도자로 이름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7경기를 지휘한 염기훈 대행은 3승 2무 2패라는 나쁘지 않은 성적은 남겼습니다. 다만, 경기 과정에서 크게 감독의 역량 발휘라기보다는 선수들이 '레전드의 마지막을 강등으로 끝내게 하면 안된다.'라는 정신 무장이 좀 더 잘된 느낌이 강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봤을 땐 아직까지 염기훈 감독의 역량이 좋다 나쁘다 말할 수준은 아닌 것 같습니다. 금년 상대 전적이 안좋았던 수원FC와 FC서울을 잡을 때만 해도 살아나나 싶었는데, 마지막 경기에서 절대적으로 승리가 필요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소극적인 움직임은 아쉬웠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시즌 내내 엉망이었던 경기력과 프런트의 엉망인 행정력이 더해지며, 수원삼성 블루윙즈는 창단 이래 첫 강등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프런트는 경기가 진 것은 진 것이고, 기록 업데이트는 해야할텐데 38라운드 경기가 하루가 지난 지금도 홈페이지는 37라운드에서 기록이 멈춰져 있습니다.
수원삼성 강등 - 예견된 명가의 몰락,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사실 수원삼성의 문제는 이번시즌과 지난시즌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제가 생각하는 수원삼성 강등의 원인 몇 가지를 한 번 말씀드려보겠습니다.
2014년,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모기업 변경 - 이후 투자 감소
2014년,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 산하로 구단이 넘어가면서 투자가 잘 안되기 시작한 것이 시발점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 경기 후, 기자 회견에서 염기훈 감독대행 역시 비슷한 취지의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과거 수원삼성은 차범근 감독 재임 시절(2004~2010)에는 레알수원이라 하여, 모기업인 삼성전자 역시 지원을 전폭적으로 해주는 구단이었는데요. 이후에는 점점 투자를 줄여나가고 있긴 하였습니다. 그러나, 과연 수원 몰락의 원인이 비단 모기업의 지원 감소로 인한 것만 있을까요?
리얼블루 정책 - 무엇을 위함이었나?
수원삼성이 차범근 감독 이후, 2023년 김병수 감독 선임 이전까지는 리얼블루라는 희한한 구단의 정책이 있었습니다. 바로, 과거 수원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출신만을 감독으로 선임한다는 이상한 기조였습니다. 그만큼 순혈주의이고, 충성심 높은 스태프들이 헌신할 수 있는, 좋은 측면도 있겠습니다. 다만 안좋은 쪽도 생각해볼 수 있는데요. 경직된 문화, 그리고 언제든 프런트의 방패막이가 되는 감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수원은 감독이 항상 프런트의 방패막이가 될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감독 자체로도 무엇인가 뛰어난 족적을 남긴 감독마저 없습니다. 요즘 핫한 포항의 김기동 감독, 광주의 이정효 감독 같은 분들을 보면, 이 분들에게서는 수원삼성의 레전드 출신이라는 것 외에 감독으로서 어떠한 업적이 있었을까 싶습니다.
차범근 감독 이후 역대 수원 감독
- 윤성효 : 2010~2012
- 서정원 : 2013~2018
- 이임생 : 2019~2020
- 박건하 : 2020~2022
- 이병근 : 2022~2023
- 김병수 : 2023~2023(유일한 비수원 출신)
팀의 영입 정책, 그리고 프런트
수원삼성은 최근 몇 년간 최악의 프런트로 이미 악명을 떨치고 있었을 정도로 전반적인 구단 운영이 최악이었습니다. 특히, 영입 기조를 보면 도대체 이 팀은 무엇을 하고자 하는 팀인지 이해가 전혀 안갈 정도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팬들은 마지막 경기 후, 버스 길막을 하면서 오동석 단장의 퇴진을 요구하였고, 일단 오동석 단장이 사임 의사를 밝히긴 했는데요. 이 팀은 단장 뿐만이 아닌, 전체적인 구단 스태프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 팀이 영입을 할 때 이러한 점이 두드러집니다. 감독이 A라는 선수를 사달라고 했을 때, 스태프에서는 늘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거절하고 결국에는 스태프가 말하는 선수를 사오고 쓰게 하는 것이 다반사였습니다. 물론, 단장과 감독의 역할이 분리되어 있는 팀들이 많습니다. 다만, 감독이 원하는 선수가 있다면, 비슷한 유형의 다른 선수를 추천해줘야 하는 것이 맞을텐데 이 팀은 그런 것이 전혀 없는, 원칙없는 영입을 해왔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영입할 때에도 예를 들어 2억 연봉 가치가 있는 선수를 3억의 연봉을 주고 데려오는 등 돈이 새는 영입을 골라다가 해왔으니 팀이 돈을 쓰고도 강등이 될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금년도 수원 구단의 전체 연봉이 8위라고 알려져있는데요. 과연 8위에 걸맞는 선수단 수준이었을까요? 아니면 12위 내지는 2부리그에 알맞는 선수단 수준이었을까요?
2024년, 2부리그를 준비해야 하는 수원삼성
어찌되었든 수원삼성은 강등을 당했고, 이제 2부리그에서 2024년을 맞이하여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이 기조대로는 한 시즌만에 승격을 할 수 있을지 심히 걱정이 됩니다.
일단 모기업에서 2부리그 팀에 지금보다도 더 적은 지원금을 줄 것은 확실시 되고 있으며, 2부리그에 맞는 예산을 짜고 운영을 하려면 지금 선수단 중에 내보내야 하는 선수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선수들 역시 2부리그보다는 1부리그에서 뛰고 싶어할 것이기 때문에 유출되는 선수들도 있을 것이구요.
이 위기를 수원삼성이 어떻게 타개해 나갈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만년 2부리그 수준으로 남을 것인지, 명가 재건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여 체질 개선에 성공할지를요.
아마도 첫 번째 단추는 감독 선임이 될텐데요. 지금도 승격 전도사 분들 몇 분이 쉬고 계신데, 수원이 과연 이 분들과 접촉하여 감독을 임명할지, 아니면 지금 하던대로 리얼블루 비슷하게 추구하다가 2부리그에서도 망신을 당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마무리
이상으로 2023 K리그1에서 구단 역사상 최초로 강등을 당한 수원삼성의 이번 시즌 및 최근 몇 년간의 운영 문제에 대해 제 의견을 말씀드렸습니다. 너무 제가 수원삼성에게 매를 든 것 같기도 한데요. 저 역시도 수원삼성이 1996년 창단할 때부터 팬이었던만큼 마음이 아파서 이래저래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아무쪼록 제가 걱정하는 방향보다는 구단이 정신을 차려서 내년에는 압도적으로 2부리그에서 승격할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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